[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위령탑.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이 열린 이 곳에 유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30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겼다.
김명희(70)씨는 모친인 이금옥(93)씨와 함께 추모식을 찾았다. 김씨는 참사로 자매와 조카를 잃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마다 우리 목숨이 허락할 때까지는 여기에 올 것”이라며 “추모식에 올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꽉 막힌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젯밤 꿈에도 나타나서는 무표정으로 그냥 쳐다봤다. 그런 꿈을 꾸고는 오늘 행사에 왔다”면서 “우리는 여기 와서 헌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딸과 태어난 지 6개월 된 손녀를 잃은 이씨는 큰 아픔을 안고 살았다.
김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붕괴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형제·자매는 세월이 지나면 (슬픔) 조금은 옅어지지만 우리 어머니는 그때의 그 기억 속에서 여전히 힘들게 사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 등을 포함해 22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내빈석은 가득 찼다. 검정색 옷을 차려입은 유가족 수십 명은 추모식 행사장 뒤편 잔디 공원에 서서 묵묵히 추모를 이어갔다.
행사 내내 일부 유가족과 시민은 위령비 뒤편에서 연신 망자를 위한 향을 피우고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행사가 끝나자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훔치면서 행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행사장부터 위령탑으로 이어지는 잔디 양옆으로는 참사와 함께 기억될 희생자 이름과 생년월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고로 딸을 잃은 이모(80)씨는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딸을 보러 매년 추모식에 온다고 말했다.
그는 “27살, 꽃다운 나이에 대학까지 졸업시켰는데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원래 간호사여서 병원에 있었는데 친구가 매장을 봐달라고 해서 잠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참사 당시를 기억하던 이씨는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벙벙’ 뛰어서 어떻게 삼풍백화점까지 갔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 등이 현장 접근을 막았지만 이씨는 “나는 꼭 봐야 한다”, “비키라”며 기어이 무너진 건물 앞으로 달려갔다고 회고했다. 여전히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는 이씨도 매년 참사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발생 30주기를 맞았다. 서울 서초구 소재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이 발생했다. 이는 단일 사건으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한 사건으로 꼽힌다.
유족 단체 등은 ▲양재시민의숲 내부 추모 공간의 지속적 관리와 정부·지방자치단체 책임 강화 ▲서울 마포구 난지도 노을공원에 실종자 추모 표지석 설치 ▲추모식과 관련한 정부·지자체의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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